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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IFE CURATION> APRIL n°2













EXHIBITION

Rinus van de Velde

I Want to Eat Mangos in the Bathtub

2024.03.08.-05.12.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

© Art Sonje Center. Rinus van de Velde



한 작가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그 작가의 세상을 이루는 파편 조각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다. 작가가 상상한 거대한 세상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영상에서 튀어나온 듯한 장소가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면 어떨까. '안락의자 여행자', 공상으로 여행하기에 붙여진 별명을 소유한 리너스 발 데 벨데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 5월말에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POINT 1.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독특한 전시 제목이 눈길을 끈다. 앙리 마티스의 말을 인용한 작가의 작품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미술관의 설명이다. 마티스가 했던 수 많은 말들 중 비슷한 문장 이라면 "토마토를 먹을 때는 다른 이들이 토마토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보지만, 그릴 때는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말이 떠오른다.* 작가가 보여주는 허구의 세계는 전시장에서 우리에게는 만들어진, 그러나 내 눈 앞에 존재하는 실제 공간으로 구축된다.

만들어진 마스크를 쓰고 빛바랜 하늘색 차를 타고 떠나는 로드 트립이 영상에서 재생되고,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과일 가판대와 야자수 조형물이 공간에 배치되어 마치 작가의 공상 속 소재들을 잘 담아 놓은 거대한 상자에 들어와 이곳저곳을 누비는 느낌이다.


POINT 2. Mask

Assembly line, 2020. © Art Sonje Center. Rinus van de Velde. Tim van Laere Gallery. Photo: Artep.


영상 속에서 로드트립을 즐기고, 지하의 갱도로 들어가고, 수영장에서 벗어나 삭막한 방으로 향한, 이 거대하고도 기묘한 여행을 하는 한 남자의 얼굴은 사람의 형상을 한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그렇기에 다수의 사람들은 이 남자가 작가 본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상상의 여행을 하면서 그렸을 작품들이 전시장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그의 조수이다. 마스크는 조수의 것인 현실의 존재성을 가리고 작가의 예술적 페르소나로 보여지게 만든다.

이 마스크와 마스크 착용자 사이에 존재하는 아이러니의 구조는 결국,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와 흡사하다. 전시장의 구성 또한 이러한 현실과 허구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전시된 마스크와, 멀지 않은 곳에 배치된, 인간의 형상을 하고 분해되고 다시 조립되는 미니어처들은 작가의 상상과 우리의 공간을 이어가며, 현실과 허구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낯선 느낌(Uncanny)를 선사한다.


POINT 3. 눈 여겨 볼 작품

A life in a day(2021-2023) 전시전경. © Art Sonje Center. Rinus van de Velde. Tim van Laere Gallery. Photo: Artep.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전시 한 층에 하나의 영상을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하나의 공간에서 상영되는 영상과 함께 화면 속에서 작가의 페르소나가 거니는 건축 조형물과 수족관, 수영장 등이 같은 전시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벽면에는 이 허구의 여행을 통해 그렸을 드로들이 걸려있어, 작가가 앙리 마티스, 에밀 놀데와 같은 외광파 거장들은 상상 속에서 거쳐가며 어떠한 풍경을 그리려 했는지 시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스크를 쓴 작가의 분신은 서류 가방을 들고 지하 깊은 곳의 금고로 향한 여정을 떠난다. 힘겹게 도착한 금고 문을 열자 서류함으로 가득 찬 아카이브 공간이 나오며, 여행 내내 들고 다녔던 서류 가방을 열자, 작가의 스케치들이 보인다. 서류 가방은 작가의 생각이며, 눈으로 보았던 것들의 묶음이다. 스케치를 꺼내 잘 정리하고, 수영장을 통해 금고 밖으로 나온 작가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다소 삭막한 침대에서 젖은 옷을 잘 걸어둔 뒤 잠이 든다.

이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한 명의 작가가 작품의 세계에 어떻게 몰입하고 빠져나오는 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보는 이 또한 작가와 같이 생각의 물에 흠뻑 젖은 것 같다.









DINING

MÅNGATA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2길 40-5

영업시간 수요일-일요일(월, 화 휴무)

Lunch 11:00-15:00 / Diner 17:00-21:00

예약필수: 캐치테이블

© MÅNGATA. PHOTO: ARTEP.


아트선재센터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스칸디나비안 퀴진 만가타. 독특한 이름은 스웨던 어로 '어두운 밤에 달이 강 수면에 떠오른 모습'을 뜻한다. 식사 공간 옆에 놓여진 오브제는 마치 그러한 이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듯 하며, 한옥과 절제 된 현대적 디자인의 만남이 만가타의 철학을 소개하는 듯 하다. 7개의 디쉬로 구성된 디너 코스에서 느껴지는 본 재료의 익숙한 맛이 북 유럽의 낯설음과 조우한다. 특히 표고 콘소메는 입으로 느껴지기 전에 버섯과 양배추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연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메인은 스웨디시 미트볼, 오리가슴살, 램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미트볼은 풍미가득한 육향을, 오리 가슴살은 바삭하게 익혀진 겉 표면과 함께 소스의 다채로운 맛을 볼 수 있도록 서빙 된다. 독특한 전시를 본 후, 그 여운을 식사에 까지 이어가고 싶다면, 만가타는 어떨까.









ART WORK

David Lynch, What is on the Sofa?, 2014, 목판화, 50x50cm, 30 ex./BFK Rlves

문의: ARTEP

© David Lynch. Item éditions


영화와 영상은 감독이 구상한 거대한 세계를 골라내고 응축하여 담아 놓은 연출의 결과다. 이러한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감독의 내부에서 부유하는 생각들이 궁금해 진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자신의 생각 파편들을 목판화와 석판화로 작업해 왔다. 파리의 몽파르나스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판화 작업소에 오가며 그려낸 작업물은 어느새 10여 년이 훌쩍지나 데이비드 린치의 아이디어 아카이브를 방불케 한다.

총을 든 남성은 쇼파에 있는 형체를 궁금해 하고,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지금 저녁을 만들겠다는 문구가 흘러나오는 여성 신체는 매우 기묘하면서도 보는 이의 흥미를 이끈다. 어떤 스토리의 한 장면이 나온 것인지 말이다.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전시를 보면서, 스토리를 공유하는 작품들에 흥미가 생겼다면, 한 번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Artep edit.


*"No, when I eat a tomato I look at it the way anyone else would. But when I paint a tomato, then I see it differently.", Rose Montgomery-Whicher, The Phenomenology of Observation Drawing, Taylor & Franc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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