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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IFE CURATION> MAY n°13

  • 작성자 사진: artep official
    artep official
  • 6월 7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8일













EXHIBITION

2025 ACC CONTACT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2025.04.17-06.29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시대 미술과 '사회적 소수자' 감각의 진화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은 YBA 출신의 날카로운 조형언어를 구사하는 론 뮤익을, 리움미술관은 시대 전환기의 감각을 직조해낸 피에르 위그를, 그리고 DDP 뮤지엄은 현대사회의 이면을 해체적으로 재조명하는 톰 삭스를 전시작가로 내세웠다. 올해의 주요 미술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조건들을 시의성 있게 포착하며, 현대미술이 현실에 개입하고 반영하는 방식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그 가운데 미묘하지만 강력한 움직임 하나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했다. 바로 ‘소수자’를 다루는 시선의 전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름 아래 이질적인 개체들을 하나의 동일한 범주로 묶으며 대상화해왔지만, 최근의 전시 흐름은 이 안의 ‘개인’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개별 존재의 고유한 감각과 경험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공존’을 사유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미 Artep의 트랜드 리뷰에서도 다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와 SeMA의 연작 전시들이 그 서막을 알렸다면, 현재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린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전은 이 흐름을 보다 깊이 있게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란 개념은 사회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체적 또는 문화적 조건으로 인해 자의와 무관하게 열세한 위치에 놓인 이들이며, 차별을 경험함으로써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해온 이들이다. 최근 전시나 심포지엄에서는 이 개념을 확장하여 장애인, 성소수자, 역사적 사건의 생존자나 유가족, 난치병 환자 등 다양한 삶의 조건들을 다층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윤리적 감수성의 표명이나 사회운동의 연장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시는 더 이상 '소수자 집단의 고난'을 전시화하는 방식으로 동정이나 경각심을 유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집단 안의 고유한 감각, 일상의 결, 비가시적 경험에 천착하며 관람자와의 접면을 시도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전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공감'의 방식을 새롭게 질문한다.


POINT. 1 불완전의 감각은 누구의 것인가

엄정순, 코 없는 코끼리 no.2, 2024-2025, 설치, 고밀도 스티로폼, 재생 플라스틱 플레이크, 금속, 230x150x28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Photo: Artep. Courtesy of the artist.
엄정순, 코 없는 코끼리 no.2, 2024-2025, 설치, 고밀도 스티로폼, 재생 플라스틱 플레이크, 금속, 230x150x28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Photo: Artep. Courtesy of the artist.

설치 공간에 놓인 거대한 코끼리는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코끼리와는 사뭇 다르다. 코도 없고 색도 사라졌다. 겉보기에는 마치 미완성처럼 보이지만, 손끝으로 만져보면 그 질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코끼리의 피부’다. 이 작품은 시각장애인의 감각을 토대로 구성됐다. 촉각으로 세계를 인지하는 사람들에게 이 코끼리는 결핍이 아닌 충만의 존재다.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불완전이란 과연 누구의 기준인가? 우리가 상실이라 여긴 요소들은, 어쩌면 ‘내 감각의 빈틈’일지도 모른다.

시각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감각의 기준 자체가 누군가의 세계를 얼마나 편협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은, 실은 우리의 것이라는 점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POINT. 2 신체를 매개로 타인을 마시는 경험

아야 모모세, 녹는 점, 2025, 참여형 설치 작품, 가변 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Photo: Artep. Courtesy of the artist.
아야 모모세, 녹는 점, 2025, 참여형 설치 작품, 가변 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Photo: Artep. Courtesy of the artist.

작은 바처럼 꾸며진 공간. 세 개의 의자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하나의 빈자리가 있다. 무심코 앉게 되는 그 공간의 바닥과 벽, 의자까지도 모두 낯선 재질감이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것은 일본의 전통 재료, 시쿠이로 만들어졌고, 조명은 작가 자신의 피부색을 본떴다는 사실을.

퍼포머는 아무 말 없이 투명한 물 한 잔을 따른다. 차갑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 온도는 어딘가 이상하게 ‘살결’ 같다. 작가가 원격으로 실시간 전달한 자신의 체온과 같은 온도라고 한다. 나는 그 물을 입에 대고 마신다. 물은 목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고, 그 순간, 아주 이상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 자리에 없는데, 그의 체온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우리는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밀접한 감각의 순간이 생겨났다.

1958년 프랑스 파리, 이리스 클레르 갤러리. 입구는 짙은 울트라마린 블루의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그와 같은 색의 칵테일이 관람객에게 건네진다. 커튼을 들추면, 눈앞에는 텅 빈 화이트 큐브. 조명마저 울트라마린 블루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채 돌아온 관람객은, 몇 시간 뒤 화장실에서 자신의 소변이 아까 마신 그 파란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브 클랭은 “보이지 않는 회화의 감성”을, 사람의 몸속에 ‘깃들게’ 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통해 ‘없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신체를 통해 예술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을 원했던 것이다. 시각이 아닌, 체내 감각으로.

아야 모모세의 퍼포먼스도 그렇다. 퍼포먼스를 경험한 이의 몸 안에, 작가의 체온이라는 감각이 들어선다. 작가는 물리적으로 부재하지만, 그의 신체 일부가 나의 신체 안에 남는다. 아야 모모세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신체의 감각을 통해 관계를 구성하고, 타인의 삶이 내 몸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조용하게 증명한다.

이러한 전시 경험은 단지 특정 사건의 재현을 넘어서, 감각의 층위를 따라 시간성과 일상성을 가로지른다. 이 전시가 강렬한 이유는, 감각이 연결되는 방식이 너무도 사소해서 오히려 나의 삶에 겹쳐 들어오기 때문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전시 작품의 점자 안내판과 촉각부조, Photo: Artep.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전시 작품의 점자 안내판과 촉각부조, Photo: Artep.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전시는 단지 개별 작품들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장 내 점자 도록, 촉각 부조, 접근 가능한 공간 구성은 ‘장애’에 대한 물리적 배려를 넘어서, 감각의 다양성을 전시 자체의 구조로 끌어들인다. 유럽, 특히 독일에서 자주 시도되는 이러한 방식은 아직 한국 미술계에선 생소하지만, 제도적 접근성뿐 아니라 문화적 인식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ATELIER

세라믹 스튜디오 연재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로 57-2

매일 11:00-21:00

(프로그램 개별문의)

© 세라믹 스튜디오 연재



흙과 시간이 빚는 감정의 자리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과 함께 광주의 동명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흐름 속에서 ‘동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재개발이 아닌 예술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 모델이 적용되었고, 청년 작가와 사업가들이 함께 터전을 일구며 이곳은 점차 문화적 밀도를 품은 거리로 성장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자리한 이 주변에는 크고 작은 창작 스튜디오들이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연재’는 도자라는 매체가 가진 물성의 온도를 섬세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단순한 공방 체험을 넘어서, 흙이라는 재료가 손과 호흡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감각적으로 깨닫게 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도자기들은 겉보기에는 투박하고 무게감 있지만, 그 안에는 정교한 균열과 부드러운 곡선이 공존한다.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손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흙이 빚어낸 일상의 단면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

도시의 감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여백이 되어줄 것이다.




Artep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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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P: 고연정, 이제현, 정보람

PARTICIPANTS: 선혜영, 홍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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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art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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